[여의도풍향계] 이준석發 세대교체 정치권 상륙…대선판도 흔드나

2021-06-13 0

[여의도풍향계] 이준석發 세대교체 정치권 상륙…대선판도 흔드나

[앵커]

1985년생 이준석 당대표 당선으로 정치권의 세대교체 구호가 현실이 됐습니다.

낡은 정치에 대한 불신이 탄생시킨 '이준석 현상'이 세대교체를 넘어 주류교체까지 불러올지, 이번주 여의도 풍향계에서 박초롱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정치권은 '이준석 현상'을 MZ세대가 하나의 세력으로 등장한 일대 사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 본인조차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 못 했던 일"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변화의 바람, 어떻게 불었을까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친 2016년 겨울 촛불집회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당시 2030은 변화를 꾀했으나 주도하진 않았습니다.

4050과 진보진영에 기대 문재인 정권 탄생에 일조했습니다.

'조국 사태'로 대표되는 공정과 부동산 문제에 분노했지만, 작년 4월 총선 때까진 민주당에 힘을 실었습니다.

MZ세대가 집단 표심을 나타낸 기점은, 국민의힘이 압승한 4·7 재보선입니다.

조금씩 쌓여온 실망과 분노가 'LH 사태'로 임계점에 도달하면서 처음으로 4050에서 벗어난 '분리 투표'를 했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런 흐름은 이준석 당대표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정치 전반에서 젊은 세대가 그들의 어젠다를 다루지 못했던 것을 굉장히 마음 아프게 생각합니다. 젊은 세대의 어젠다들을 많이 발굴해서 논제로 올리도록 하겠고요."

"단순히 나이에 따른 세대교체 바람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 주도권의 변화, MZ세대가 주도권을 가져가는 세대가 되겠다는, 그래서 청년세대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집단화·세력화한 MZ세대는 야당 대표 얼굴을 바꾸는 것을 넘어 내년 대통령 선거에도 중요 유권자로 부각될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 총선 유권자 기준으로 20대는 680만명, 30대는 699만명. 전체 유권자의 34%입니다.

지금까지는 4050과 중도층 표심이 중요했다면, 차기 대선은 누가 2030세대의 마음을 잡느냐의 싸움이란 겁니다.

'이준석 나비효과'로 90년대 학번·70년대생으로 민주당 대권주자 중 가장 젊은 박용진 의원이 여론조사 3위로 올라섰고.

"(이준석 현상으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야당 쪽 냄비 한 쪽만 끓지 않을거라거 생각합니다. 물은 전체 같이 끓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 끓는 물에 국민의 정치 변화에 대한 열망, 새로운 인물, 새로운 가치…"

대통령 출마 자격을 40세로 제한한 헌법 조항을 손보자는 제안은 여야를 막론하고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청년이라는 나이는 당대표를 하는 데에도 아무 문제가 없고, 이제 2030의 대통령 출마를 가로막을 합리적 이유도 없습니다."

"(대통령 선거 출마 연령) 40세 제한은 군부독재의 잔재라고 생각합니다."

여권 주자들은 세대·시대교체를 위해 청년들에게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습니다.

"2030이 역사의 전면으로 등장하는 그 길을 열려고 하고, 그 도우미가 되고 '광재형'이 되려고 하죠."

정치권은 세대교체 자체보다는 '주류교체'가 이뤄질지에 주목합니다.

꼭 젊은 인물이 아니어도 시대정신을 읽는 정치인이 2030의 어젠다를 주도하며 판을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치사에서 처음 세대교체와 주류교체가 동시에 일어난 건 1970년입니다.

1969년 3선 개헌안 통과를 막지 못한 야당에서 인적 쇄신론이 터져 나왔고 당시 43세였던 김영삼, 46세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40대 기수론'을 외치며 주류교체까지 이뤄냈습니다.

2000년 16대 총선 땐 여야가 동시에 세대교체에 나섰습니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새천년민주당이 34세였던 임종석, 36세 이인영, 38세 우상호를 영입해 총선 후보로 공천했습니다.

한 해 앞서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36세 때 인천 재보선에 출마하며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현재 정치권 주류인 86세대가 전면에 등장한 시점입니다.

이로부터 20년, 이준석 대표의 등장은 주류인 '86 민주화 세대' 퇴진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MZ세대 선두주자인 이준석이 당대표가 됨으로써 자연스럽게 86세대는 퇴진을 요구받게 될 거고, 물러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 대 반민주 시대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디지털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고 봐야겠고, 당장 내년 지방선거부터 86세대가 아닌 MZ세대가 대거 출마하게 되지 않을까…"

한편으로 '이준석 현상'은 정권 교체를 염원하는 보수의 전략적 투표 결과일 뿐 주류 교체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정권 심판을 하고 싶어도 차마 국민의힘을 찍을 수 없던 유권자들을 끌어오기 위해 당의 얼굴을 바꾼 것이지, 기성 정치 자체가 바뀌는 건 쉽지 않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준석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경륜이 짧아 대선 경선을 관리와 갈등 봉합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이준석 대표, 당선 후 수락 연설에서 안팎의 우려에 이렇게 답했는데요.

"변화에 대한 이 거친 생각들, 그걸 바라보는 전통적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우리의 변화에 대한 도전은 전쟁과도 같은 치열함으로 비춰질 것이고, 이 변화를 통해 우리는 바뀌어서 승리할 것입니다."

'이준석 바람'이 미풍에 그칠지, 강풍으로 정치권을 확 바꿔놓을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지만, 이 바람을 끌어안을 정치인이 내년 3월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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